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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방탄소년단) 보수적인 '그래미어워즈' 높은 벽 뚫고 후보 선정 '그래미' 역사 새로 썼다. (BTS Grammy Awards, 2021)
kunsol 2020. 11. 25. 14:53목차
방탄소년단은 25일 오전 2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제63회 그래미어워즈 후보작(자) 발표에서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로는 사상 처음입니다.
같이 후보에 오른 다른 4명의 얼굴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테이니가 합친 ‘언 디아(Un Dia)’,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Intentions)’,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Rain On Me)’,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Exile)’입니다. 그동안 닐 나스 엑스와 빌리 레이 사이러스,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 등이 이 상을 받았습니다.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SNS에 한 편의 동영상을 올려 기쁨과 감격을 대신했습니다. 발표자로 나온 흑인 여성 래퍼 메건 디 스탤리언이 “다이너마이트 BTS”를 외치는 순간 이를 지켜보던 지민·RM·정국·뷔가 소파에서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그래미 후보 입성과 수상이 소망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앞서 리더 RM은 23일 공개된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래미 후보에 올라 가능하면 상을 받고 싶다”며 “미국 진출 여정의 마지막은 그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그래미어워즈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8월 31일까지 발표된 작품이 심사 대상입니다. 후보를 제출받은 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1차 투표해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이후 내년 1월 4일까지 수상자를 가리기 위한 최종 투표가 이뤄집니다. 수상자는 내년 1월 31일 열리는 그래미어워즈에서 발표됩니다. 한편 최근 인기 상승세를 타며 신인 가수 후보 지명 가능성이 제기됐던 걸그룹 블랙핑크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래미는 변화에 둔감하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나이 든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새 카니에 웨스트, 비욘세, 드레이크, 켄드릭 라마 등 호평받은 흑인 아티스트가 줄줄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이에 레코딩 아카데미는 신규 회원의 인종·성별·장르를 다양화하는 등 변화를 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흑인 래퍼 차일디시 감비노에게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4관왕을 안기는 파격도 보였습니다.
한국 대중 음악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지명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외신들은 일제히 "K팝의 제왕이 그래미의 역사를 다시 썼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BTS가 주요 그래미상 후보를 강탈당한 것인가"라면서 "BTS는 '올해의 레코드'나 '올해의 노래' 후보로 지명됐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을 뺀 나머지 후보는 모두 최정상급 스타들이 컬래버레이션으로 뭉쳐 시너지를 낸 경우”라며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수상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윤하 평론가도 “그래미 성향을 고려하면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 조합이 우세해 보인다”며 “방탄소년단이 수상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못한다 해도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가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방탄소년단은 25일 소속사를 통해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 신기하고 감격스럽다. 노미네이트될 기회를 주신 아미 여러분께 감사하다. 후보에 오르니 수상 욕심도 생기고 기대된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AP통신은 “K팝의 제왕이 최초로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며 “BTS는 그래미 후보 지명을 꿈이라고 말해왔고,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대중음악 전문매체 빌보드는 “한국 그룹이 글로벌 팝 무대에서 놀라운 진전을 이루면서 그래미가 마침내 주요한 문화적 변화를 인식하게 된 것인가”라면서 “BTS가 드디어 (그래미의 벽을) 돌파했다”고 찬사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