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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중심에 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선언 이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새로운 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 준비에 돌입했다. 오하이오주 후보 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7일 이전에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이번 주 안에 준비를 마쳐야 한다. 대의원 영상 투표에서 과반 지지를 얻는 후보가 조기에 결정되지만, 영상 투표가 취소되거나 과반 지지 후보가 없을 경우 '오픈 컨벤션'(개방형 전당대회)에서 현장 투표로 결정된다. 이는 1968년 이후 처음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1순위'로 꼽히지만, 전당대회까지 한 달 정도 남은 만큼 최종 후보 지명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1. 해리스의 승계 가능성? 다른 후보는?
민주당은 다음달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대의원의 99%를 확보했지만, 그의 사퇴로 다른 후보들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1차 투표에서는 '선언 대의원' 3937명만 투표할 수 있으며, 과반을 넘지 못할 경우 '슈퍼 대의원'으로 불리는 당연직 대의원 739명의 표까지 합산하여 집계한다.
해리스 부통령으로 '평화적 승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당내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경선'을 언급한 만큼, 대외적 흥행을 위해서라도 다른 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얻어내고 승리하겠다"고 언급하며 공개 경쟁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 해리스 확정 시 러닝메이트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부통령 후보로 누가 선택될지가 큰 관심사다. '백인 남성'이 가장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며, 민주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지사로 꼽히는 앤디 버시어 켄터키주지사가 거론된다. 경합주 민심을 아우를 수 있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도 있다.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다만 뉴섬 주지사는 해리스 부통령과 같은 캘리포니아 출신이라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마크 켈리 연방 상원의원이 러닝메이트가 될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필 머피 뉴저지주지사의 지명 가능성도 있다.
3. 2억 달러 선거자금 활용 가능할까?
바이든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현실적 이유 중 하나는 선거자금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더 많은 선거자금이 필요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7월 기준 2억4000만 달러(약 3443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트럼프 캠프는 2억8500만 달러(약 3956억 원)를 확보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선거 캠페인을 공유하고 있어 이 기금에 접근할 수 있다. 재계단체 '리더십 나우 프로젝트'에 따르면 다른 후보가 후보직을 이어받게 되면 기부자에게 환불을 제안해야 하고, 기부자가 동의해야 새로운 후보에게 자금을 보낼 수 있다.
4. 해리스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을까?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얼굴을 알렸다. 당시 바이든 후보를 날카로운 언변으로 몰아세웠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대중적 인기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잦은 말실수와 무례한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며 부통령 재직 시에도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계열 슈퍼팩이 진행한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력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출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도전했던 2011년과 2013년에 총 6000달러를 기부한 이력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딸 이방카도 2014년 해리스 부통령에게 2000달러를 기부했다.
5. 오바마, 해리스 지지하지 않은 이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또 그가 '최고의 애국자'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공동 성명에서 "지금은 해리스를 당선시키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해 싸워야 할 때"라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는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 대신, 공개적인 경쟁을 거쳐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자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여론 배후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